Survival Instinctㅣ생존감각
이은경
8.
29
– 9. 27, 2025
동시대의 여러 얼굴을 가로지르는 장치로서의 탈은 얼굴
위에 도포되거나 거스러미처럼 일어난 시대의 표피와 같다. 쓰고 있으면서도 내 표면이 몰수되어 헐벗은
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, 이는 타자가 되기 위한 근원적이면서도 불완전한 거리감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는
형식이다. 이은경 작가의 작업에는 자화상에서 출발하여, 자신의
얼굴을 특징적으로 변주해 하나의 탈 형식처럼 보이는 얼굴들이 등장한다. 때로 자화상조차도 자신의 얼굴을
본뜬 탈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. 이는 비워내어 이어지는 얼굴들의 연속성 속에서 해석될 수 있다. 탈 아래 어둠이 내포하는 다성적인 리듬은 불확실성 속에서 타자에게 다가가고 물러나는 행위의 반복으로 드러난다. 이 주춤대는 리듬은 겁에 질린 동물이 의중을 알 수 없는 자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는 동시에 꼬리를 흔드는 복합적이고
모순적인 몸짓과 닮아 있다.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, 그것은
생존자의 몸이 만들어내는 떨림의 선형이다.
이은경은
아프리카, 러시아, 한국 등 여러 장소와 맥락을 거쳐오며
형성된 디아스포라적 시선으로, 인간관계의 미묘한 층위와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권력, 그리고 그로 인한 긴장과 불안을 포착한다. 자화상, 곧 가장 가까운 표면에 대한 성찰은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장소로 확장되며, 사회 구조가 인간의 얼굴과 몸짓에 어떻게 새겨지는지를 탐구하는 기반이 된다.